[인터뷰] 정선희의 반려견 이야기 ② 책임감과 자유 사이의 갈등

Category : Principles in Action  | Updated : 2014. 2. 6. 10:33



사람은 누구나가 자유롭기를 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와 가족이 되고 서로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은 

굉장히 신중한 결정이 되는데요. 특히 반려동물을 기르고자 할 때의 그 책임감은 더욱더 배가됩니다. 

오늘은 지난 1편에 이어 방송인 정선희씨의 반려견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새장 안에서 발견한 나의 첫 반려견 밍키


저의 첫 반려견은 하얀색 푸들 밍키였습니다.  좁은 새장 안에서 등이 휜 유기견이었습니다.

너무 말라 안쓰러웠던 밍키에게 오랜 시간 동안 족발을 끓이고 먹기 좋게 빻아서 직접 먹였고,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살이 포동포동해져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작고 연약했으면 그 새장 안에 들어가 있었을까 하며 마음이 너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19년 정도 우리 품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어느 날 작별의 순간을 느꼈는지 엄마를 계속 보며 핥기 시작했습니다. 

노령화로 치매를 앓고 있었는데 그때만큼은 엄마와 저를 알아보는 듯 했습니다.  

그것이 밍키의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엄마의 특별한 교육법 ‘개한테 설명해줬어? 설명해줘야 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제약은 바로 '휴가, 해외여행'입니다. 

지금이야 호텔링 서비스도 굉장히 잘 되어 있지만 저처럼 대가족을 거닐고 사는 사람에겐 꿈도 못 꿀 일이죠.

몇 해전 우연히 여행가게 된 캘리포니아에서 돌아온 후, 여행의 행복감에 홀려 

저희 엄마께 좋은 곳에서 우리 강아지들을 입양 한다고 하면 보내자고 설득을 했습니다.



그 첫 번째 타자가 바로 시츄 ‘담비’였는데요. 4개월 밖에 안되었던 새끼강아지였기 때문에 입양 보내기가 쉬웠습니다. 

하지만 입양간 집에서 소파에 똥오줌을 싸고 테러를 해 1달 만에 파양 당하고 말았지요. 

그제서야 ‘아차! 내가 뭐 하는 짓이지’ 하며 정신을 차리게 되었답니다. 

책임감과 자유 사이에서 잠시 갈등하다 정신을 차린 거죠.


사실 제가 지금 가장 예뻐하는 강아지가 바로 ‘담비’입니다. 담비만 껴안고 예뻐하고 있으면

엄마가 매번 ‘너 딴 집에 보냈던 사람이야’ 하며 설명하며 흘기곤 해요. 

강아지들을 안락사 시키고 보냈을 때에도 이유 없는 안락사가 아니라 아파서 그런 거라고 

다른 아이들을 앉혀놓고 설명을 해줬습니다. 얘들도 다 감정이 있고 안다고 생각하신 거죠. 

저희 오빠가 ‘엄마 정상은 아니야’ 라며 웃곤 하는데 저희 엄마만의 특별한 반려철학입니다.



반려견 덕분에 웃을 일이 생깁니다


<정선희씨의 반려견 위에서부터 짜우, 또비, 깜비, 쮸쮸, 담비, 해피>


유난히 힘든 시기 기자들이 집 앞에 계속 찾아왔습니다. ‘정선희씨 계십니까?’하며 벨을 계속 누르니 

안에 있던 강아지들이 짖어댔습니다. 처음에는 벨을 누를 때마다 맹렬하게 짖어대더니, 

나중에는 지쳤는지 서로 눈치를 보며 ‘이제 네가 짖어’ 이러면서 미루는 것 같더라고요. 

벨을 누르는 사람들이 같은 사람들인걸 알아챈 것처럼 ‘또 왔니’라는 듯한 눈빛으로 문을 한번 쳐다보고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이 아이들 덕분에 웃을 일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은 매일 아침 7시 30분~8시 사이에 아침을 주고, 5시 30분~6시 사이에 저녁을 줍니다. 

중간중간 시간에는 간식을 주거나 사료를 뿌려주는데요. 이 랜덤인 패턴을 어찌 그리 잘 알아차리는지 

미리 발을 들고 ‘밥 언제 주시나요 엄마’ 하며 기다리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가끔은 애들 간식 줘야 되는 시간이구나 

하며 일어나기도 한답니다. 강아지들이 낙이 어디 있겠어요. 이거라도 외워야지 먹고 살지~ (농담)



반려견, 유기견 입양을 고려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


혹시 내가 모르는 질병을 앓고 있을 수도 있고, 

어린 강아지를 키우는 것 보다 훨씬 더 습관이 나쁘게 들어있지 않을까 선택을 꺼려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확실히 이런 사항들을 고려 안 할 수는 없습니다. 무턱대고 꿈에 부풀어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할 순 없으니, 가급적이면 시설을 통해 상담을 받아보시고 본인이 케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케어해주시면 어떨까요? 내가 50밖에 못하는데 100을 떠안으면 강아지와 견주가 힘이 드니까 그런 제도로 상담을 통해서 나한테 가장 맞는 아이들을 키우는 게 좋습니다. 

선입견 때문에 방문을 안 하는 것 보다는 사이트도 보고 방문을 해보면 나에게 맞는 아이들도 찾을 수 있고, 나로 인해 그 아이의 삶을 바꿔줄 수 있다는 정신적 포만감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유기견으로 인연을 맺은 우리 집 왕자 해피와 함께>



유기견과는 동질적인 동료애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서로에 대한 헝그리 정신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고, 

삶이 퍽퍽하거나 힘들 때 긍정적으로 전환될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아이들과 내가 새로운 인연을 맞으면서 

내 삶의 주파수가 바뀌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반려동물을 어떤 이유에서 키우시나요?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과 대가가 따르기 마련인데요. 

정선희씨의 반려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반려동물이 그녀의 삶에 얼마나 큰 존재인지를 마음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꿈꾸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변화하는 삶을 한국마즈 LoveFeed가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PS. 이날의 인터뷰에 대한 짧은 단상>


사실 정선희씨를 만나기 전까지는 어디서부터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나가야 할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활짝 웃는 얼굴로 반갑게 맞아주셨고,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지냈던 언니처럼 본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쏟아주셨습니다. 무엇보다 강아지들 한마리한마리가 얼마나 귀엽고 웃기고 사랑스럽고, 때로는 사무치게 고맙고 그리운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 주위의 여느 반려인들과 다르지 않은 친근함이 느껴졌습니다.

어느새 인터뷰를 시작한 지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모두 담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