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목멱칼럼/ '군중속의 고독'과 반려동물(이데일리) 2015.10.13

Category : 한국마즈 언론보도  | Updated : 2015. 10. 21. 14:21

이데일리, 2015.10.13

목멱칼럼/ '군중속의 고독'과 반려동물

 

[강석 한국마즈 사장] 새로운 아파트 단지로 이사한 지도 제법 됐지만 아직까지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낯설다. 용기를 내어 인사 해도 눈은 마주치지 않은 채 고개를 까닥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구나 바쁘고 살기 각박해졌지만 동네에서 사람 사귀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모르는 사람, 특히 이성에게 잘못 말을 걸면 치한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유모차에 탄 아기가 예쁘다고 쓰다듬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는 세상이다.

 

그러나 강아지를 산책시키러 나온 사람에게는 편하게 말을 걸게 된다. “그녀석 참 잘 생겼네”, “몇 살이에요라고 질문하며 다가서면쓰다듬어 주면 좋아해요라며 만져보라며 권하기도 한다. 관련 연구 결과도 있다. 올해 4월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호주의 18세 이상 2500명에게 조사한 결과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새로운 사람을 사귈 가능성이 5배나 높다. 또한 동물과의 상호 관계를 통해 타인에 대한 동정심과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에 반려동물과의 유대감을 경험한 아동일수록 사회화가 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의 경우는 어떨까. 반려동물을 키우면 병원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고 우울증 발생률도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전반적인 활동성이 2배 이상이다. 이에 따라 노인에게 필요한 신체 활동량을 충족시키는 확률이 높다. 또한 반려동물은 스트레스가 주는 신체적 충격을 완화시켜 노인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배우자나 친지가 하나 둘 세상을 떠날 때 우울증이 생기고 신체 건강까지 나빠지는데 반려동물의 위안을 통해 이런 상실감을 줄이고 우울증 발생도 낮출 수 있다. 

 

한국의 가족 풍경은 많이 변했다. 대가족, 핵가족이란 표현이 사라지고 이제는 혼자 또는 둘이 사는 가족이 약 50%에 이르며 이러한 추세는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부모 둘 다 일하거나 한 자녀만 낳는 가정이 늘어나 집에 혼자 있거나 남의 손에 맡겨지는 아이들도 많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노령화 속도로 혼자 또는 노부부만 사는 경우도 흔하다. 도시화는 이웃과의 교류는 커녕 위아래 집에 사는 사람과 인사하는 것도 부담스럽게 만들어 버렸다. 한 마디로 삭막하고 외로운 세상이다. 

 

반려동물은 이 삭막한 세상에서 활력과 위안을 주는 촉매다. 도시화, 개인화된 삶에서 사람과 동물이 교류하며 사람과 사람이 맺어진다. 최근 10년 사이애완동물’(愛玩動物·pet)’에서반려동물’(伴侶動物·companion animal)로 호칭이 변하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이러한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을 인생의 동반자이자 친구로 여기기 시작한 것도 눈여겨 봐야할 추세다. 조사에 따르면 약 60%의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를 가족 또는 친구로 여기고 있다. 해외의 경우도 비슷하다. 독일과 호주에서 실시한 건강조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의료 서비스를 적게 이용하고 병원 내원률도 15%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이용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사회가 부담해야 할 공적지출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은 우리 사회가 지닌 노인과 아동의 신체적·정서적 문제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해주는 대안이다. 이에 따라 반려 동물 산업이나 관련 문화 정착에 정부는 물론 사회 단체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외롭고 삭막한 시대에서 반려동물이라는 새 가족과 함께하는 기쁨과 위안을 나누길 바란다.